3편 : 걸어서 세상 구경 / 창신동 골목 구석구석 (feat. 김영철 동네 한 바퀴, 성곽 아래 돌산마을-서울 창신동, 이화동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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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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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밖, 성곽 아래 자리한 창신동.

한양도성의 좌청룡 격인 낙산 줄기에 형성된 돌산마을이기도 하다.

창신동 골목길은 비탈이 심한 꼬부랑길이고

겨우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대부분이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요즘... 주차는 어떻게? 불편해서 어떻게?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과거로 돌리면,

저 골목길에서 뛰어놀던 어릴 적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애틋하지만 어릴 적 향수가 묻어나는 정겨운 동네.

그럼~ 창신동 골목 구석구석! 걸어가 볼까나!

.

.

이번 "걸어서 세상 구경"은

"김영철 동네 한 바퀴 - 서울 창신동, 이화동"에 소개된 장소를 바탕으로 큰 틀을 잡고

주변에 기념관이나 집터 그리고 맛집을 추가하여 걸어볼 예정이다.


걸어서 세상 구경 이동 경로

동대문성곽공원 - 낙산 성곽길 - 동묘역 - 백남준 기념관 - 배호 집터 - 안양암

- 김광석 옛집 - 돌산 절벽 아래 골목길 - 돌산마을 조망점 - 소통공작소

- 회오리길 - 창신 채석장 전망대 - 낙산공원 - 이화마을

- 이화동 마을박물관 - 이화/창신 성곽 암문 - 창신동 이음피음 봉제거리 박물관

- 곱창골목 - 인장거리 - 창신골목시장.

* 붉은색 글씨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소개된 장소이고,

검은색 글씨는 주변 둘러볼 곳을 추가하여 방문한 장소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성곽 아래 돌산마을 편. ©사진 출처는 프로그램 영상을 캡처하여 올렸습니다.

요즘 나의 동네 한 바퀴 버전, "걸어서 세상 구경"의 나침판이 되어준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이번 돌산마을 편에서는 김영철 씨가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낙산 성곽 길을 오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포근한 함박눈처럼 창신동과 이화동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동대문에서 시작되는 낙산공원 성곽길.

한양도성 순성길을 완주한다고 여러 번 걷던 추억의 길이기도 하다.

https://bnbk00.blog.me/221474269828

성곽길을 따라 이화마을 방면으로 오르다가

성벽에 기대어 잠시...

성곽 너머 창신동. 빼꼭히 들어선 집들 사이로 오늘 걸어야 할 골목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효율적인 동선을 정하기 위해, 낙산 성곽길에서 동묘역 사거리로 내려와

대략적인 이동 경로를 잡아본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백남준 기념관.

일반 한옥집 대문을 들어서면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이곳이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 씨가 어릴 적에 13년을 살던 집.

백남준은 한국 최초의 재벌 막내아들이었고

막내는 아버지의 뜻과 다르게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백남준이 살았던 3천 평이 넘는 "큰대문집" 동대문과 신설동 사이 행길에 있었다.

백남준이 어릴 적 사용하던 책상.

나무 색상이 붉은색을 띠는 걸 보니 질 좋은 가죽나무 책상인듯하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옛 브라운관 티비에 내 모습도 나오네!

전시관에서 나와 입구 백남준 카페에서 생강차 한 잔 사들고 '배호 집터'로 찾아가는 길.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봐도 찾을 길이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명한 냉면 식당인 "낙산냉면" 벽면을 보니

이곳이 바로 배호 집터.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너무 이른 나이에 타계를 하고 손녀 팬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어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그 시절 차중락과 쌍벽을 이루던 비운의 가수, 배호.

이제 본격적인 창신동 골목으로 진입.

좁은 골목에 유난히 원단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들이 쉼 없이 지나다닌다.

모두 봉제 공장이 들어서며 생긴 풍경으로

여기서 만들어진 옷들을 오토바이가 동대문 시장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분주하다.

여기저기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바로 스팀다리미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높다란 암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선 집들과

암벽 아래 자리한 절, 안양암.

암자(庵) 치고는 매우 큰 규모다.

아~ 여기 암반이 옛 낙산의 본모습이었겠구나!

일제가 이런 암벽에서 화강암을 마구...

그런데 이곳은 사찰이라서 채석장의 손길이 못 미쳤나?

안양암 마애관음보살좌상.

조선 마지막을 장식하는 마애불로 드물게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절 입구에 서 있는 비석도 삼화 부인회라는 친일파들이 세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양암은 원효종의 총본산으로 불교계 대표적 친일파 이태준이 창건한 암자라고 한다.

일본군 무운장구를 빌어줬고, 창씨개명 접수 사무실로 절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가면 암벽으로 오르는 길.

친일파들의 소굴이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이 암벽들이 살아남았나?

암벽에 올라서면 반대편으로 숭인동.

정순왕후의 애틋한 사연이 깃든 동망봉 줄기가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동굴은 기도하던 공간인데, 옛날 지방에서 늦게 올라오면 도성에 못 들어가고

여기에서 기도하다가 날이 밝은 후에 성문이 열리면 도성에 들어갔다고 한다.

친일파 절집. 찝찝한 마음에 암자를 나와 지도상 당고개로 오르는 골목길.

이 근처에 김광석이 살던 옛집이 있을 터인데... 역시 찾기가 만만치 않다.

답답한 마음에 검색 신공. "47" 숫자와 "김수영"플라스틱 문패를 찾아라!

안양암에서 당고개로 오르는 언덕. 왼편 겹치듯 이어 붙은 연립주택 벽면에 "47"라는 번지 숫자 발견.

김광석의 학창시절이 담긴 김광석 옛집이다.(1975~1990)

비교적 오래 산 집으로 김광석이 12살부터 결혼 전까지 17년, 청춘의 시간을 보냈던 곳이라고 한다.

이 옛집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고 하는데 문패 김수영( 김광석 아버님)은 아직 그대로 다.

이 집에서 ‘거리에서', '말하지 못한 내 사랑',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보석 같은 곡들이 만들어졌다.

골목 안쪽 깊숙한 곳, 가파른 집들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창신동 골목 어느 구석구석, 청춘 시절 김광석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 있었겠는가!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나지막하게 따라 부르며 걷는 길.

미로처럼만 느껴지던 골목에서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이 반가운 안내판 하나.

안내판을 따라가다가... 잘 가꾼 집.

야~ 드디어 봄이 왔구나!

오메~노란 영춘화가 피기 시작했네!

창신동 제7통장 집. 동신슈퍼.

어느 동네든지 주로 통장 집은 슈퍼 가게인 경우가 많았다.

주소 이전하면 슈퍼 통장 집으로 확인 도장 받으러 가곤 했던 기억들.

저~저기~좀 봐! 레몬의 놀란 소리.

절벽 가는 길.

정신없이 늘어진 전깃줄 너머로 아슬아슬하게 들어선 절벽 위에 집들.

채석장 주변 돌산마을이다.

돌산마을 조망점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

이제 낙산 한양도성과도 눈높이가 나란해졌다.

한양 도성(사대문) 안쪽은 이화동, 밖은 창신동. 현재는 두 곳 모두 서울특별시 종로구다. ©사진 출처는 프로그램 영상을 캡처하여 올렸습니다.

돌산마을 조망점에서 바라본 돌산마을과 채석장 절벽.

돌산마을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창신동 화강암으로 지어진 대형 건축물들. 서울역, 한국은행, 옛 서울시청. ©사진 출처는 프로그램 영상을 캡처하여 올렸습니다.

낙산 창신동 채석장과 주변의 옛 모습 ©사진 출처는 프로그램 영상을 캡처하여 올렸습니다.

돌산마을 조망점에서 골목을 벗어나면 소통공작소 / 임옥상의 천 개의 바람.

잘도 도네 미싱은 돌아가네~ 창신동 봉제골목의 풍경을 대변한다.

돌산마을 팔부 능선에 자리한 소통공작소.

이곳으로 오르는 길은

돌산마을 조망점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길도 있지만

차량이나 원동기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길이 한군데 더 있다.

지도상에는 이름도 흥미롭게 '회오리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번 여행길에는 가보질 못해고 함박눈이 내리는 날 다시 찾아가 기록을 남긴다.

김광석 옛집 부근 골목길.

그 시절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그도 이쯤에서 담배 한 대 빼물고 지나갔었겠지?

역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

펑펑 내리는 함박눈.

경사가 장난이 아닌 회오리길.

길이 정말 회오리 마냥 돌고 돌아간다.

엄청난 꼬부랑길, 우리 고된 삶처럼 돌고 돌아가는 길.

내 허리도 어느새 절로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꼬부랑~"

그래도 자전거 조금 탔다고... 둘이서 동시에 하는 상상!

"여기 회오리길을 잔차 타고 오른다? 우린 절대 불가능!"

함박눈이 펑펑 퍼붓던 날, 회오리길.

눈이 쌓이면 차량들은 큰일이다.

잠시 회오리마당 옥상으로

내려다보이는 눈 내리는 동대문 일대.

올겨울이 가기 전에 마지막 심술. 아니 겨울이 전해줄 수 있는 유일한 따뜻함이다.

이 가파른 길이 고단보다는 따뜻함으로 다가서는 것은...

아마, 내가 지나온 인생길처럼 애틋함이 묻어난 까닭이겠지?!

담벼락에 피어난 눈꽃.

박수근 화백의 ‘아이 업은 소녀’를 모티브로 봉제인형 ‘단지’

건물 사이로 보이는 눈 내리는 동망봉과 숭인동 주택가. 저곳이 종로구의 동쪽 끝이다.

창신동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향하는 길.

창신채석장전망대. 일요일 입장 불가.

동망봉 채석장.

다시 이화동 한양도성 성곽을 향해 골목길을 걷다.

낙산공원에서 혜화문으로 내려가는 길.

앞에는 북한산 줄기에서 뻗어내린 형제봉 능선이 뚜렷하게 조망된다.

형제봉 능선은 북악 그리고 인왕으로 이어진다.

이화마을. 핑크 핑크 계단과 멍멍이.

하늘 닭.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을 꾸었던 소녀 시절.

모두가 꿈결처럼 아련히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낙산성곽1길 21.

이화동 마을박물관을 구경 좀 하려 했더니, 문이 잠겼다.

©사진 출처는 프로그램 영상을 캡처하여 올렸습니다.

방송에 나온 추억의 카세트 녹음기, 구경 좀 하려고 했더니 헛걸음만 했다.

이화동에서 창신동으로 나가는 한양도성 암문.

다시 창신동 골목으로 내려왔다. 정신없는 전깃줄, 정리 좀 하지!

길가 골목엔 퇴역한 재봉틀이 산더미를 이루며 쌓여있다.

창신동 봉제거리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이음피움 역사관, 일요일 역시 휴관이다.

장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40년 된 가위.

창신동에도 서민적인 곱창 골목이 있다. ©사진 출처는 프로그램 영상을 캡처하여 올렸습니다.

김영철 씨가 방문했던 곱창집. ©사진 출처는 프로그램 영상을 캡처하여 올렸습니다.

혹시나 하고 찾아갔으나 역시나 일요일은 장사를 안 한다.

곱창골목을 벗어나니 동대문 한 귀퉁이가 보이고...

동대문에서 동묘 방면으로 걷다 보면 인장가계 골목이 나온다. ©사진 출처는 프로그램 영상을 캡처하여 올렸습니다.

다시 행길(동대문-동묘)을 건너서

인장 가계를 찾아 잠시 서성이다가

이쯤 해서 창신동 골목 구석구석 걷기를 마치고...

저녁 식사도 할 겸, 창신골목시장으로 향한다.

김영철 씨가 방문했던 반찬가계도 기웃거리다가

매운 족발집도 지나간다. 창신시장에서는 족발집이 가장 유명한 모양이다.

우리는 족발보다는...

숯불갈비가 먹고 싶어 무심코 찾아간 시장 내, 수원성 갈빗집.

가격이 무척 착하다. 나중에 알아 보았더니 가성비 좋은 생갈비 집으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기분 좋은 참숯 등장.

양념 소갈비와 기본 상차림.

지글지글~

노릇노릇 익어가면 어느새 게눈 감추듯이 사라지고,

일 인분 추가하니 서비스로 나오는 돼지껍데기 맛도 예술이다.

돌산마을과 봉제거리 골목골목에 쌓여있는 퇴역한 미싱들, 모두 세월의 흔적이다.

소주 한 병이 순식간 뱃속으로 사라지니

머리 속도 기분 좋게 알딸딸하다.

얼굴엔 모두 하얀 마스크,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우리도 시내버스를 타러 걸어가는 길.

꼭 붙잡은 두 손을 힘차게 흔들며 오늘 하루를 노래한다.

곧 다가올 봄 날!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우리네 인생도 참~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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