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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인데 10억 아파트 없다…창신동 주민들 왜 뿔났나

정석환 기자
입력 : 
2021-02-12 10:48:09
수정 : 
2021-02-12 22: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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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 도시재생 설문조사에 반발
"도시재생에 좋은 점수 주게 편향적으로 구성"
2013년 뉴타운 탈락 이후 노후화 심각
사진설명
서울 종로구 창신동 주택가의 모습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2020년 서울 전역에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과 무관한 한 해를 보냈다. 서울 한복판이라는 입지를 감안하면 10억원 아파트가 나올 법도 한데 아직도 등장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 흐름이 가장 뒤쳐졌던 도봉구가 '10억 클럽(30평형 기준)'에 가입한 지난 달에도 창신동에서는 10억원이 넘는 거래(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 기준)가 이뤄지지 않았다. 창신동이 이처럼 부동산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그만큼 주변 환경이 노후화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는 2006년 준공된 창신브라운스톤이 마지막이다. 강대선 창신동 공공재개발추진위원장은 "주변 하수구나 오물 파이프가 이미 삭았고, 폐수나 오물들이 땅속에 스며들었다"며 "비만 오면 오물냄새가 주변에 진동을 한다"고 밝혔다.

인구도 유출되는 추세다. 강 위원장은 "인근 창신초등학교 학생수가 1~6학년 다 합쳐 400여명이다. 10년 전에는 2000명이었다"며 "지금 있는 400명도 인근 숭인동 쪽에 사는 사람들의 자녀들"이라고 밝혔다.

지역 개발 방침을 놓고 서울시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창신동 공공재개발추진위원회는 10일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해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항의서를 전달한 뒤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최근 진행된 '창신·숭인 재생사업 관련 심층조사'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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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원회는 항의서한을 통해 "주민들에게 설문이 진행된다는 사전 안내나 공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도시재생을 모르는 사람들은 참여가 안된다며 설문 표본을 왜곡했다. 도시 재생에 좋은 점수를 주도록 설문지와 보충자료가 편향적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에는 설문조사 진행 업체가 설문 내용에 반발하는 주민들 설문을 거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추진위가 편향적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한 문항은 '그동안의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 진행과정에서 추진 주체가 누구였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내용의 6번 문항이다. 설문지에 따르면 응답은 '1번 지역주민', '2번 공공기관(서울시, 자치구 SH공사)' 두 가지다.

강 위원장은 "주민들이 도시 재생의 실체조차 잘 모르는데 사업 추진 주체를 묻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문항 자체가 '주민이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주민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8페이지로 구성된 설문지 가운데 5페이지에 도시재생사업 우수성을 강조하는 사진이 포함됐다는 점도 창신 주민들이 반발하는 요인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주민은 '채석장 명소화 사업 추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거지 동네 구경거리,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만나 상황 설명을 드렸고, 오해가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렸다"며 "창신·숭인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다보니 일반화해서 설문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한 주민은 건의사항을 묻는 질문에 "동네 벽에 그림 그린다고 낡은 건물이 좋아지느냐"고 지적했다.

창신동이 포함된 창신숭인뉴타운은 지난 2013년 서울에서 가장 먼저 뉴타운사업 해제가 이뤄졌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전국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에 선정됐지만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할 구청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추진위는 "창신동 주민들은 서울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도시재생을 당했고, 주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7년을 슬럼화된 환경에서 살았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선정하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창신동은 주민 동의를 계속해서 얻어나가면서 공공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 위원장은 "여기에서 50년 동안 살았지만 고등학교 시절과 거리가 그대로다"라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폐지하겠다'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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