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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도시재생' 서울 창신동의 요즘 풍경

송고시간2019-10-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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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사업 마무리…오르막 골목은 '경리단길' 비슷

창신동 채석장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창신동 채석장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촬영 김지헌]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보는 것,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신으로 이 일을 하는지입니다. 창신숭인에서 처음 느낀 것은 '재생은 회복'이라는 점입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 마스터플래너인 신중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채석장전망대에서 동망봉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1호선 동대문역, 6호선 창신역, 1·6호선 동묘앞역 등 '트리플 역세권'에 있으면서도 개발은 잘 되지 않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채석장으로 쓰이던 이 곳에 한국전쟁 이후 이주민과 피난민이 모여들어 마을을 이뤘으나, 가내수공업 수준의 소규모 봉제공장이 산재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 지역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주민 반대로 2013년 지정이 해제된 후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창신1·2·3동과 숭인1동 일대 83만㎡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시재생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앵커 시설'(도시재생의 거점공간 역할을 하는 시설) 몇개를 지었다.

채석장전망대
채석장전망대

[서울시 제공]

'윗마을'로 불리는 고지대에 자리 잡아 서울을 내려다보는 채석장전망대가 이 지역의 대표적 앵커 시설이다.

11월에 개장하는 전망대에선 한양도성 성곽을 비롯해 서울 강북권 일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번잡한 종로 거리를 지나 복작복작한 골목길을 헤치고 올라오면 서울 강북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가파른 경사의 내리막길을 따라가다 보니 오래된 간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비디오 가게가 폐업한 자리에서 봉제공들이 일하고 있는데 낡디낡은 간판은 군데군데 자모가 빠진 채 그대로 달려 있는 경우도 있었다. 동대문 패션타운의 배후지인 창신동에는 이런 식으로 수많은 소규모 봉제공장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서울 창신동의 오래된 비디오 가게 간판
서울 창신동의 오래된 비디오 가게 간판

[촬영 김지헌]

더 내려오니 공작을 배울 수 있는 '창신소통공작소', 주민 공동시설 '회오리마당', 아이들을 위한 '산마루 놀이터' 등 다른 앵커 시설이 나왔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자니 난간이 달린 계단이 새삼 반갑게 느껴졌다.

'창신길' 쪽으로 내려오면 '아랫마을'이 나온다. 이 곳의 고도는 도심보다 여전히 높지만 동네 사람들이 이렇게 부른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있는 곳이다.

화려한 런웨이의 그늘에서 묵묵히 옷을 만들어 온 패터너(패턴 기술자)와 봉제사 등의 흔적이 소규모 단독주택 크기의 작은 건물에 전시돼 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70명 정도라고 한다.

창신길을 다닐 때는 오토바이를 조심해야 한다. 수많은 봉제공장에서 거래처로 보내는 물건을 싣고 가는 오토바이가 골목 곳곳을 누빈다.

이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송경주 씨는 오토바이를 두고 "창신숭인의 컨베이어벨트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창신동 '창신길'
서울 창신동 '창신길'

[촬영 김지헌]

지도만 보고 가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일 듯했다. 창신길 시장통의 한 건물 1층으로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가니 건물 뒤편 길로 통했다. 급경사가 많은 지형 때문이다.

길을 가다 보니 어느새 빌라의 담 안으로 들어와 있거나, 두 명이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는 마주쳐 지나갈 수 없을법한 좁은 골목길이 나오곤 했다.

길을 헤매다가 가수 김광석이 어린 시절을 보낸 다세대 주택,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부친 백낙승이 살았던 곳에 차려진 백남준 기념관 등과 마주치는 재미도 있었다.

낡은 간판, 상가, 거리 사이로 이따금 새로 들어선 카페들도 보였다. 최근 '핫한' 장소로 알려진 익선동 또는 비슷한 경사지인 경리단길과 비슷한 느낌이 조금씩 나는 듯했다.

서울 창신동의 봉제 구인·구직 게시판
서울 창신동의 봉제 구인·구직 게시판

[촬영 김지헌]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은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기본 토대가 만들어졌을 뿐이고, 앞으로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재생을 이어가야 한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뉴타운 해제부터 지금까지 재생사업에 힘써주신 주민에게 감사하다"며 "이 지역의 도시재생 사례가 서울을 넘어 국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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